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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외솔 증손 다문화 가정 위한 한글 교재 펴내다

작성자
김슬옹
작성일
2010.08.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44
내용

이들 몸엔 '한글 사랑'의 피가 흐른다
한글학자 외솔 선생 외증손들, 다문화가정 위해 한국어 교재 펴내
김남인

발행일: 2010.05.05. 조선일보 / 사람 A27면

"우리 글과 말은 외증조할아버지가 온 삶을 던져 지키려 하셨던 거잖아요. 저희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다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더 쉽게 익히도록 하자 싶어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홍성식(21·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홍지안(18·현대고 3학년) 남매가 최근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펴냈다. 둘은, 조선어학회를 창립하고 '한글맞춤법통일안' 제정에 참여했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崔鉉培·1894~1970) 선생의 외증손자·외증손녀다. '한국어를 못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초·중·고등학생이 안산에만 1000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작년 여름부터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서점에 가봤더니, 한국어 교재는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어려웠어요. 다문화가정에서 당장 필요한 건 실생활에서 쓸 표현들이잖아요. 그래서 일단 필수단어 2000개를 영어·중국어·네팔어·베트남어·타이어·몽골어·러시아어·인도네시아어 등 10개 국어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남매는 꼭 필요한 상황별 대화를 추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지하철·식당·병원을 돌아다녔다. 특정 상황에서 실제로 자신들이 어떤 대화를 하게 되는지를 찍어 이것을 한국어로 설명한 것이다. 둘은 외솔 선생을 기리는 국어운동단체인 (재)외솔회, 그리고 에젤선교회와 온누리교회 M센터 등의 도움을 받고,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용돈에 아르바이트 수입까지 얹어 교재 2000부를 찍었다. 서울·안산·순천·울산 등의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관련단체에 남매가 만든 한국어 교재가 전달됐다.

"외증조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어요. 어른들이 가끔 '밥 한 숟가락을 100번씩 씹어 드셨을 정도로 검소하셨다' '자식들에게 엄하셨다'는 얘기를 해주세요. 연세대(당시 연희전문) 교수로 계실 때는 한국 학생들이 조선말을 쓰다가 탄압을 받으면, 당장 쫓아가 일본인들을 꾸짖으셨대요."

홍성식씨는 틈틈이 연세대 내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한국어학원에 다니거나 교재 살 형편도 안 되는 이주민들"이라고 했다. 동생 지안 양은 "요즘 우리말엔 별 관심 두지 않고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도 있는데 저는 토박이말 대회까지 나갔을 정도로 우리말을 사랑한다"며 "외증조할아버지께서 '한글은 목숨'이라고 하셨다는데 그 뜻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기고자:김남인 본문자수:1876 표/그림/사진 유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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