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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낙수 회장님 글]왜 우리말글을 홀대하는가

작성자
김슬옹
작성일
2010.08.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596
내용

왜 우리말ㆍ우리글을 홀대하는가

충북일보 인터넷뉴스부 , 2010-07-25 오후 3:30:16

▲ 성낙수 -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우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으며, 단일민족을 유지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물론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약간의 수정이 불가피하나,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언어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어다.
한국어는 세계에 존재하는 6,000여 개의 언어에서 14번째나 되는 큰 언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다른 언어와는 아주 다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더 유명하다. 즉 음운에서 형태소, 단어, 문장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토씨'로 나타나는 표현의 정밀함, '높임법'의 발달, '시늉말'의 다양함, '시간성'의 삼차원적 구성 등은 다른 언어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한국어는 우리 민족의 사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음운의 발달은 미묘한 단어들의 의미를 변별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높임법은 예절을 존중하는 성품에 걸맞으며, 시간성의 정밀함은 철학적 사고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세종대왕은 강력한 중국의 압력과 사대주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언어와 글자가 우리의 그것과 다름을 인식하고, '훈민정음'을 만드셨다. 그 덕분에 요즘 우리는 책도 쉽게 읽고, 컴퓨터나 손전화도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좋은 글자를 갖지 못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 쪽에서는 그런 우리말과 우리글을 홀대하고, 남의 말과 글인 영어를 우대하려는 풍조가 만연하여 안타깝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어느 신문사에서는 대학을 평가하는 데에, 그 기준을 '연구능력(60%), 교육수준(20%), 졸업생 평판도(10%), 국제화(10%)' 등 4개 분야로 나눠서 하며, 그 평가 방식은 각 분야에 맞는 전문적 평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평가 대학들이 얻게 되는 점수들을 합산하여, 대학순위를 매긴다고 한다. 그 중 '연구능력'의 세부 평가기준인 '교원 당 논문 수'나 '논문 당 인용 수'는 모두 '영어로 쓰인 논문'만을 대상으로 하고, '졸업생 평판도'도 그 조사가 외국 기업에 채용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외국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국은 영어를 기준으로 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또한 국제화 지표로 쓰이는 '외국인 교원 수'도, 그 수치가 대개는 영어권 교원의 확보율이므로. 결국 영어에 의존하는 셈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이 각 대학에서는 외국의 저명지에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면 거금의 상금 혹은 연구비를 준다, 평가 점수를 몇 배로 준다고 난리고, 강의도 영어로 하기를 요청, 혹은 강권한다. 결국 이러다가는 한국 학생들에게 한국인 교수가 '한국어'나 '한국문학', '한국 역사', '한국 철학'도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할 판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영어로 논문을 써야만 훌륭한 것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물론 영어권에서 발행하는 어떤 논문집이나 학술지가 권위가 있어서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모든 학문이 그런가. 게다가 영어로 쓴 논문은 꼭 필자가 써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나. 혹시 원문은 한국어로 쓰고, 영어 전문가가 그것을 번역하여 실릴 수는 없는 것인가. 결국 논문은 영어로 써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고, 그 내용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말ㆍ글로 쓴 논문도 경우에 따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다양한 강의를 영어로 하려면, 영어를 원어민만큼이나 잘해야 한다. 게다가 어떤 용어나 내용은 도저히 영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역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다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 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 반대로 영어 원어민을 데려다가 강의를 준다 하면, 그들이 모두 학문적으로 우수해야만 하는데, 그걸 보증할 수 있는가.
요즘 한 쪽에서는 우리 것을 세계화ㆍ국제화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복이나 한국 음식을 외국인들도 선호하고, 한국의 연속극이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스스로 내 것을 폄하하고, 하시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요즘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덕분에 오히려 세계인들이 서로 다른 민족의 고유한 전통이나 풍습을 가치 있게 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대학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것은 학문과 교육이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세계 보편의 진리와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기 나라 고유의 역사와 전통, 언어와 학문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제발 우리나라의 언론을 이끌어가는 분들과 대학의 종사자들이 이런 일에 앞장서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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