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말을 만들고 살아가면서 여러모로 사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말은 그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의 의사소통을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사고와 문화의 바탕을 튼튼하게 발전시키는 소중한 일입니다. 일찍이 외솔 선생님은 “한 겨레의 문화 창조의 활동은, 그 말로써 들어가며, 그 말로써 하여 가며, 그 말로써 남기나니 이제 조선말은 줄잡아도 반만 년 동안 역사의 흐름에서 조선 사람의 창조적 활동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성과의 축적의 끼침이다.” (『우리말본』 (1937)머리말에서) “배달말(韓國語, 韓語, 朝鮮語)은 배달겨레의 상징이며, 배달정신의 표현이며, 배달문화의 총목록이다. 우리는 겨레를 사랑하며, 또 그 문화를 사랑하며, 따라 그 말을 사랑한다. 우리가 배달말을 사랑함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첫째, 사람 되기 위하여, 다음엔, 제 조상의 문화 창조의 역사적 생활을 받아잇기 위하여, 다음엔, 자손에게 정당한 문화스런 재산을 끼쳐주며, 아울러 문화 창조의 바른 길을 열어주기 위하여, 그리하여, 영구한 발전과 복락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이다.”(『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1953) 머리말에서) 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외솔회는 한글 연구와 교육에 평생을 바치신 겨레의 큰 스승 외솔 최현배 선생님을 기리고, 외솔 선생님의 한글사랑, 나라사랑의 뜻을 이어받기 위하여 1970년 선생님 돌아가신 해에 여러 분들이 뜻과 성금을 모아 만든 모임입니다. 1971년 재단법인으로 발족한 이래, 국어 연구와 교육 한글문화 운동에 여러 사업을 펼쳐왔으며, 1989년 서울에 본부를 두고 울산, 마산, 부산, 전북, 전남, 충북, 충남, 춘천, 인천, 제주 등 전국 각 지역에 10여 개의 지부를 두고 한글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한글 연구와 국어 운동에 기여하신 분에게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외솔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해외 한글 보급과 한국문화 전파를 위해서 외솔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고, 해마다 집현전 학술대회를 열어 한글 연구에도 힘쓰고, 학술잡지 『나라사랑』을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글의 보급과 교육, 연구에 마음과 정성과 목숨까지 바치기까지 애쓰신 앞서 가신 선생님들 덕분에 현재 우리 국민은 우리 말과 글로 편리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한글을 비롯한 문화적 영향력도 커져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한국의 문화와 예술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한글을 망가뜨리고 한국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문 숭상의 문화가 좀 수그러들고 있는가 했더니 영어를 숭상하고 우리말을 홀대하는 일들이 공공언어, 일상언어 상관없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합편성 방송과 인터넷 환경에서 이뤄지는 언어사용을 분석해보면 우리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한글이 제대로 나라 말과 글로서 인정받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른바 4차 산업시대, 세계화 시대, 인터넷, 가상현실 시대에 우리말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제7대 외솔회 회장의 자리를 맡아 한글문화 발전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말과 글에 관심을 가지고 애써 오신 여러분들이 마음을 모아 협력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1세기 말에도 한국어가 튼튼한 생명력을 가지고 더욱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넓혀가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바라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1.4.7.
외솔회 회장 이창덕